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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필통

기화펜 리뷰

by 모리마리 2021.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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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구류 욕심이 많은 편이다. 심플하고 기능이 좋은 문구류, 디자인이 예쁜 문구류 이것저것 모으다 보니 사실 안 쓰고 저장만 해둔 것도 꽤 있다. 그중에서 비교적 꾸준히 쓰고 있는 것들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기화펜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문구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이미 알고 있고 사용해 봤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중학생 때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 나는 책을 함부로 쓰질 못한다. 낙서나 찢는 등 훼손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필기도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다. 공부하는 용도가 아니라면 책을 쫙 펼쳐서 보는 일도 드물 정도니까. 그러다 보니 연필로 먼저 필기하고 집에 돌아와서 볼펜으로 다시 필기한 다음 지우는 일도 꽤 많았다. 근데 이게 정말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힘 조절을 못하면 지우개질을 하다가 종이가 찢어지기도 해서 점점 필기하는 일이 싫어졌다. 그리고 시험 직전이 되면 필기한 자료에 빨간 펜, 파란 펜은 물론 형광펜, 색연필 등으로 마구 표시를 해서 외우곤 했는데, 그 시험 이후로 그 자료가 필요 없거나 다시 프린트할 수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저분해서 버리고는 싶은데 버릴 수는 없어서 곤란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전에도 지울 수 있는 펜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본 제품 중 프릭션이라는 제품군도 있고, 수예용으로 나온 기화펜(동대문에서 보고 사려고 하면 가게에 따라서는 2천원쯤 하기도 한다. 비싸다.)도 있고,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동네 문구점에 신기한 거 좋아하는 초등학생 타깃으로 나오는 싸구려 볼펜 중에 지워지는 펜도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부 깨끗하게 지워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안 샀다. (나중에 프릭션은 선물 받아서 써 봤지만. 프릭션 후기는 나중에) 

그러다가 작년에 위와 같은 기화펜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있고, 가격도 저렴하며, 꽤 잉크가 잘 날아가는 편이고, 날아가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리필 200개들이를 샀다.

사진 속의 플라스틱 통 하나에 리필심 100개와 펜 바디 2개가 들어있고, 내가 산 건 1+1이라 리필심 200개에 바디 4개 구성이었다. 가격은 8620원이었는데, 지금은 어떠려나 잘 모르겠다. 

 

다른 블로거들 리뷰도 그렇고, 제품 리뷰란에도 기본 제공 펜 바디는 마감이 좋지 않고 그립감도 별로라는 말이 많았다. 그래서 시그노 볼펜이나 다이소에서 파는 당근 펜 등 실리콘 바디 볼펜에 넣어서 쓴다는 사람이 많았다. 마침 집에 다 쓴 시그노 볼펜이 있어서 시그노 볼펜 리필심을 빼고 대신 기화펜 리필심을 넣어봤더니 딱 맞다. 조금 덜컹거리는 감은 있어도 쓰기 불편한 정도는 아니고 무게감도 적당했다. 한동안 시그노 볼펜 바디만 쓰다가 그냥 생각이 나서 리필심이랑 같이 온 바디에 끼워서 써봤는데, 확실히 무게감이 없고 불투명해서 잉크 잔량도 안 보여서 불편하긴 한데, 대신 기화펜 리필심 전용으로 나온 만큼 시그노 바디만큼 덜컹거리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잉크가 묽은 편이라 종일 공부하면 하루에 리필심 하나 다 쓸 수도 있다. 나는 기화펜 산 이후로 수험서 정독할 때 줄 그어가면서 읽어서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사진처럼 잉크를 다 썼을 때 깨끗하게 비울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몇 개를 써도 그어보면 안 나오지만 잉크가 약간 남아있는 상태에서 수명을 다한다. 하나에 1000원 넘는 펜들도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확실히 수예용 기화펜보다 빨리 잉크가 사라지는 건 알겠는데, 다 사라지는 데 얼마나 걸리나 궁금해져서 실험을 해봤다. 이 날 실내 온도는 28도에, 약간 눌러서 쓴 상태였다. 

20분이 지나고 이미 반쯤 지워진 상태

50분이 지나자 펜을 마지막으로 뗀 자리 정도만 조금 남아있고 거의 지워진 상태

2시간 경과, 눌러쓰지 않았으면 거의 안 보였을 것 같다. 펜 자국만 희미하게 보이는 상태.

이 사진은 스톱워치랑 찍는 걸 깜빡했는데, 3시간 경과한 상태. 사진상으로도 육안으로도 거의 안 보였다.

 

아마 겨울이거나 다른 종이로 덮거나 했으면 더 오래 걸렸을 것 같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복습용이나 교과서 및 수험서 정독용으로 써도 충분할 것 같다.

 

덧붙이면 기화펜을 검색했을 때,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사용하다가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안 좋아진다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게 기화펜 탓인지 한국 수험생 치고 평균적인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속이 안 좋거나 두통이 생기면 안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건강은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가 정말 힘들기 때문에... 걱정은 되는데 써 보고 싶은 사람은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랑 공동 구매해서 나눠 쓰거나, 중고거래를 통해서 소량만 구매해서 써 보고 결정하면 되니까. 내가 사는 곳은 잘 모르겠지만 수험생들이나 학생들이 많은 동네는 문구점에서 낱개로 파는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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