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그냥 바다나 보러 갈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훌쩍 떠나기에는
동인천만 한 곳이 또 없을 것이다.
수도권에 살고 자가용이 없다면 더더욱.
한참 돌아다니다가
신포역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동인천은 그 역사적 배경 덕에
레트로 느낌 폴폴 나는 건물이 많지만
상가 쪽은 좀 덜한 편인데,
포디움 126은 보기만 해도
뭔가 느낌있네라는 생각이 드는 외관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한 번 씩 쳐다보고 지나갈 정도로.
간판도 작고 분위기 있는 입간판 하나뿐.
덕분에 더 깔끔하고 예뻐 보였다.
창문에도 상호 이름이 있는데
창문의 레터링 시트지랑
약간 어두운 듯한 조명 덕에
감성도 챙기고
창가에 앉은 사람 얼굴도 적당히 가려줘서
일석이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사롭지 않은 카운터.
메뉴는 간단한 편이고
테이크 아웃하면 1000원 할인이라
테이크 아웃 메리트가 큰 편이다.
뭘 마실지 고민한 끝에
로즈 코디얼 티를 골랐다.
하도 열심히 돌아다녀서 갈증이 난 상태라
메마른 목을 축여준다는 설명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음료가 나오는 동안 내부를 구경했는데,
운이 좋게도 내가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서
편하게 둘러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포디움 126은 카페와 소품샵,
코워킹 스페이스가 합쳐진 곳인데
1층에는 카페와 소품샵이 있어서
구경할 게 많았다.
굿즈들을 구경하려고 하는 순간 음료가 나와서
음료 먼저 마시고 구경하기로 했다.
같이 간 친구가 상투과자도 같이 주문했고,
사진 속에는 없지만 빨대도 나온다.
음료가 루비색이라 색다르고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감인
카페 내부랑 잘 어울렸다.
대충 찍어도 그럴듯하게 나왔다.
포디움 126에 오기 전까지는
로즈 코디얼 티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명함만 한 종이에 적힌 설명이 꽤 도움이 됐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장미차인 듯하다.
카운터에 있는 메뉴판에 적힌
과자 설명 읽었을 때도 느꼈는데
주변의 유명한 가게들과
콜라보한 메뉴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뒷면에는 포디움 126이라는 이름의 유래와
와이파이 비밀 번호도 적혀있었다.
사실 차를 그렇게 즐겨마시는 편은 아닌데,
로즈 코디얼 티는 취향에 맞았다.
장미 향과 허브 향이 조화로웠고
맛은 산뜻해서 정말 갈증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음에는 에이드로 마셔보고 싶다.
상투과자도 부드럽고 적당히 달아서 맛있었다.
디저트가 너무 달면 차 맛이 안 느껴져서
차 마실 때 디저트 고르기가 어려웠는데
딱 적당한 느낌이었다.
가장 급한 문제였던 갈증을 해결하고
친구랑 근황 토크 좀 하다가
포디움 126 내부에 있는 화장실도 들렀다.
옆에 디퓨저가 있었는데,
이름을 봐선 이것도 인천을 콘셉트로 한 디퓨저 같았다.
그리고 디퓨저 위에는 붙박이 장이 있었고
안에는 화장지와 여성용품이 들어있다는
문구가 적힌 투명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하긴 직원들이 관리하기에도 그게 더 편하고
만약 화장지가 부족하거나
갑작스럽게 여성용품이 필요한 상황인
고객 입장에서도 그게 더 좋을 것 같다.
아래부터는 본격적인 인테리어&굿즈 구경
30분마다 울리는 자명종.
빈티지 감성이 느껴졌다.
카페 건물 자체도 상당히 오래된 건물인데
자재를 최대한 그대로 썼다고 했으니
배경으로 보이는 벽돌도 오래된 거겠지.
소파 쪽 샹들리에도 예쁘지만
유럽 구시가지에 있을 법한 가로등과 닮은
이 조명도 마음에 들었다.
포디움 126 방문한 사람 중에
여길 안 찍고 넘어간 사람을 없을 것이다.
원목 책상과 의자, 스탠드, 타자기, 거울.
지브리 작품 속
빈티지+맥시멀 한 분위기 좋아하는 사람은
이 앞에서 멈춰 서서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다.
보는 순간 이게 내 책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떡메모지랑 엽서가 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둘 다 가격은 2천 원으로 똑같았다.
떡메모지는 3개를 고르면 500원 할인되는 것 같았지만.
둘 다 사진이 많았는데
인천을 테마로 한 사진 공모전을 열어서
굿즈를 만들었다고 한다.
역시 바다가 많긴 했다.
이건 작은 스티커(500원)인데,
이것도 공모전 작품인 것 같았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크기라서
다꾸용으로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다꾸 예시가 있었다.
책을 읽을 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게 도와주는 페이지 홀더.
디퓨저도 있었는데
이건 향수인 것 같았다.
빈티지한 색감의 연필을 담고 있었던 투명한 비커.
액세서리도 있었다.
그리고 인센스 홀더도.
디퓨저도 그렇고
향수도 그렇고
향에 꽤 진심인 모양이다.
다른 쪽에는 문구류가 있었다.
물방울 같은 모양이 인상적이었던 문진.
읽던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때 유용할 것 같았다.
다꾸나 플래너 좀 쓴다는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었던 예쁘고 큰 집게.
잉크병을 닮은 연필깎이.
대충 찍어도 예쁘게 나왔던 컨테이너.
그리고 아뜰리에 같은 느낌이 나는 패브릭 포스터.
마스킹 테이프도 눈에 띄었다.
사서 책상 한편에 올려두면
메모를 열심히 하고 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롤 노트 패드.
이 이외에도 정신을 붙들지 않으면
다 쓸어 담고 싶은 굿즈가 한가득이었지만
너무 길어지니까 여기까지 찍었고
나가기 전에 2층도 한 번 보고 가기로 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커다란 테이블과
줄 지어 서 있는 예쁜 스탠드들.
그리고 테라스로 나가는 문.
주변 건물이 거의 다 낮아서
어느 정도는 트인 느낌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기분 전환에 좋을 것 같았다.
앞에 보이는 식당 간판도 어딘가 빈티지한 느낌이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면
회의하기 좋아 보이는 공간이 있는데
2층이 공유 오피스 같은 느낌으로 운영해서
마련한 것 같았다.
큰 테이블도 그렇지만 2층에 올라가면
눈에 띄는 건 역시 천장이다.
보기만 해도 오래됐구나
그리고 참 꼼꼼하고 튼튼하게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지붕이었다.
물론 2층에도 작은 테이블이 몇 개 있어서
거기서도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바다도 볼 겸 근처도 구경할 겸
예전에도 몇 번씩 갔던 동인천이지만
식당이나 카페는 들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 적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가게를 찾아서 좋았다.
마무리는 이 날 찍은 인천 바다 사진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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