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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식량창고

누구나 가슴 속에 감딸기 하나쯤은 있는 법, 초코칩쿠키믹스 리뷰

by 모리마리 202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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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언제나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너무 먼 단어였다.

일단 오븐이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 본 여러 미디어 때문에

직접 빵이나 과자를 만드는 것에 대한 열망은 있었지만

오븐이 없는 시점에서 베이킹의 꿈은 판타지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계속 바라면서 살다 보면 

0.1도쯤은 꿈꾸던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인지,

2년 전에 중고 미니 오븐을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사는 데 성공했다.

오븐으로 케이크도 만들어 보고

식빵에도 도전해 보고

다른 요리들에도 도전하면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든 생각,

"내가 왜 초코칩 쿠키는 안 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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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이 없던 시절,

마트 밀가루 코너에서

옆에 있던 브라우니 믹스는

전자레인지로도 만들 수 있다는데,

초코칩 쿠키는 뭔데 오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건지

짜증 나서 못 본 척했는데,

이제는 아무 걱정 없이 카트에 쿠키믹스를 담을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이나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초심자라면 둘 중 뭐든 유리창이 있어서

내부를 볼 수 있는 걸 쓰는 게 편할 것이다.

또 하나의 장벽이 있다면

버터 70g이다.

요즘 유제품 가격이 상당히 올라서

오븐보다도 이게 마음에 더 걸린다.

 

대형마트라면 유제품 코너에

무염 버터, 가염 버터, 포션 버터 등

종류 별로 있을 텐데,

가격은 비교적 덜 중요하고

쿠키 만들고 나서 그다지 버터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면

10g씩 개별 포장된 포션 버터를 사는 게 편할 것이다.

10g짜리 포션 버터를 쓰면

심지어 계량할 필요도 없다.

 

반면, 일단 쿠키 믹스로 발걸음을 떼고

다른 (버터가 필요한) 레시피에도 도전할 의사가 있으며

가능한 저렴하게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게 좋다.

나는 앵커 버터를 주로 쓰는데,

454g짜리를 최소 4개 주문해서 소분한 후 냉동해서 쓴다.

 

저울은 없는데 버터 70g을 계량해야 된다면

454g짜리 앵커버터를 사서 10 등분한 후 

1/10 조각 하나는 그냥 넣고,

다른 1/10 조각은 반으로 잘라 넣으면 대충 해결된다.

측면에는 주의사항과 영양정보가 있는데,

다 먹을 경우 1245kcal.

이건 완제품 기준인 걸까?

아니면 믹스 내용물만 따져서 저만큼인 걸까?

그리고 반대편에는 원재료명이 나와있다.

의외로 구성품은 간단하다.

가루 재료가 모두 들어간 믹스와

올리고 물엿이 전부.

 

이외에는 두 번째 사진에서 본 것처럼

계란과 버터만 준비하면 된다.

계란과 버터는 어떻게 해도

가루 타입으로 준비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요즘은 기온이 워낙 높아서

꽁꽁 언 버터도 실온에 2시간 정도 두면 이렇게 녹아버린다.

박스에 적힌 레시피대로

거품기로 버터 70g을 풀어주고 

동봉된 물엿을 넣고

계란도 풀어서 1/2개 분량만큼 넣는다.

계란은 꼭 왕란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뭐가 버터고 물엿이고 계란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섞어준 뒤

믹스를 전부 보울에 넣고 섞어준다.

나는 귀찮다고 버터랑 계란, 물엿 섞은

미니 거품기로 섞다가 저렇게 됐는데

가능하면 실리콘 주걱(스패츌러)을 쓰는 게 편하다.

 

설거지 싫은 사람 필독, 무인양품 실리콘 주걱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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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거품기도 되기는 하는데...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 유튜브를 열심히 보니

쿠키 반죽은 너무 치대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빵 만들 때처럼 치대면 글루텐이 만들어져서

보통 생각하는 쿠키 같은 식감이 안 나와서 그런 것 같다.

 

하얀 가루가 안 보일 정도면 반죽은 끝.

오븐을 예열하고

반죽을 일정한 크기(25g, 달걀노른자 크기)로 떼어

동그랗게 빚은 다음 사진처럼 납작하게 눌러준다.

내 오븐 팬은 대략 가로 27cm, 세로 20cm인데

쿠키 6개 올라가면 딱이다.

 

오븐에 들어가면 반죽이 퍼지기 때문에

오븐 팬 가장자리와 다른 쿠키 반죽과

거리가 좀 있어야 결과물이 깔끔하다.

레시피대로 했더니

총 16개가 나왔다.

그러니까 감이 안 잡히면 

일단 반죽을 균등하게 16 등분하면

얼추 레시피에서 말하는 크기로 만들 수 있다.

 

내 미니 오븐은 총 3단짜리인데,

가장 왼쪽에 있는 4개는

2단(가운데)에 오븐 팬 하나만 넣고 구웠다.

가장 성공적이었다.

 

나머지는 한꺼번에 구웠다.

가운데 6개는 위쪽 열선에 가깝게

오른쪽 6개는 아래쪽 열선에 가깝게 

(즉, 가운데는 비어있었고,

각각 맨 위, 맨 아랫단에 넣고 구웠다)

넣고 구웠다.

왠지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서

레시피보다 10분 더 구웠다.

보다시피 가운데 6개는 좀 더 노릇하고

오른쪽 6개는 사진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아랫면이 다른 쿠키들보다 노릇하다.

 

결론은

그냥 한 번에 한 판만 가운데에 넣고

굽는 게 제일 낫다.

그래도 망친 것 없이 다 잘 나왔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과점에서 파는 쿠키랑 비슷해 보인다.

 

완성된 쿠키의 단면.

칙촉 같은 제과회사에서 나오는 초코칩 쿠키보다

바삭하고 쫀득하다.

옥수수 전분과 물엿 때문일까?

 

그리고 며칠 두고 먹어도

눅눅해지거나 깨지지 않아서

선물하기도 좋았다.

비닐에 포장해도 좋지만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유리병 포장도 추천한다.

사실 제품 뒷면에 계란 1/2 필요하다는 부분 보고

나머지 1/2는 어디에 쓰나 하다가

한 상자를 더 샀는데.

마침 냉동실에 아몬드 슬라이스가 있어서

2번째는 아몬드 슬라이스를 넣고 만들었다.

 

믹스에 들어있는 초코칩 양도 충분하긴 하지만

아몬드까지 들어가니까

그 전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참고로 호두 넣고 싶은 사람은

볶아서 넣는 편이 좋다.

속껍질 때문에 쓴 맛이 나는데

약불로 한 번 볶고 나면 속껍질 제거하기기 쉽다.

이번에는 한 번에 한 판만 넣고 구웠다.

비포와 애프터

 

저 조그만 반죽이 이렇게 퍼져서 쿠키가 된다.

한 번에 한 판만 넣고 구워본 결과

앞 뒤 모두 만족스러운 구움색이 나왔다.

 

쿠키 자체는 쫀득하고 

초코칩의 단맛,

아몬드의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서

제과점 부럽지 않은 맛이 난다.

집에 우유가 있다면

우유 마시면서 먹는 걸 추천한다.

 

흔히 요리 실패를 자주 하는 사람은

레시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재료가 부족하다고 계량을 무시하거나

멋대로 다른 재료로 바꾸어 버리거나

조리 시간을 어기거나 기타 등등.

 

믹스를 쓰면 일단 재료나 계량은 틀릴 수가 없다.

그리고 그냥 한 번 시도만 해보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도 

쿠키 한 번 만들겠다고

초코칩 사고, 버터 사고, 설탕이랑 흑설탕 사고,

옥수수 전분 사고, 바닐라 익스트랙 사고, 

베이킹 소다 사고, 밀가루 살 필요가 없어서

금전적인 면에서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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