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핀터레스트 같은 사이트에서
예쁜 인테리어 사진을 보는 게 취미였는데,
가장 이질적이었던 공간이 욕실이었다.
보통 한국 욕실은 습식에
변기+세면대+욕실 조합인데,
외국은 변기 있는 화장실 따로
욕실 따로인 경우가 많았다.
심하면 세면대랑 욕조가
각각 다른 공간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건식 욕실을 사용하기가
더 수월해 보였다.
습식도 잘 꾸며놓은 집도 많긴 했는데,
깔끔하게 쓰려면 역시 건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인 여건상 전체 건식은 힘들고,
욕조 부근에 샤워 커튼을 달아서
욕조 밖으로는 물이 튀지 않게 하기로 했다.
다이소에 가보니
샤워 커튼도 종류가 다양했는데,
그중 패브릭 샤워 커튼 디자인이
가장 심플하길래
사진 정가운데에 있는
흰색 패브릭 샤워 커튼으로 결정했다.
그냥 밋밋한 흰 천이 아나라 올록볼록하게 되어 있다.
신기한 게 샤워 커튼이고 방수 기능이 있으니
패브릭이라곤 해도 뻣뻣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하긴 합성섬유로만 만든 후리스도 부드러운데,
비닐처럼 물이 아예 흡수 안되고
흘러내리는 천이 아니면
이런 촉감이라도 이상할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다이소 샤워 커튼을 검색하면
꼭 욕실이 아니라도 다양한 장소에서
커튼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글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커튼 고리가
기본 구성인 게 마음에 들었다.
전에 이케아에서 샤워커튼을 사려고 찾아보니
샤워 커튼이 저렴하고 디자인도 심플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커튼 고리가 별매인 데다가
품절이었어 포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 마음에 들면 커튼 고리를
다른 곳에서 따로 사도 되지만
딱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신축봉을 설치하려고 했던
벽과 벽 사이의 거리가 딱 욕조 길이만큼이라
신축봉도 3천 원으로 해결했다.
커튼에 커튼 고리를 다 끼우고
커튼 고리를 약간 비틀어서
신축봉에 걸기만 하면 설치는 끝난다.
욕조 길이가 커튼 너비보다 짧다 보니
사진처럼 펼쳐도 완전히 퍼지진 않고 좀 남는다.
안 쓸 때에는 이렇게 한쪽으로 젖혀놓는데
욕조에 올려놓은 잡동사니가 가려져서 좋다.
커튼이 워낙 가벼워서 한쪽으로 몰려도
신축봉이 무너지진 않는다.
좀 높이 달았지만 길이가 넉넉해서
욕조 4/5 정도는 가려진다.
이렇게 쓴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장점을 정리해 보면,
1. 겨울에 샤워할 때 덜 춥다.
목욕이나 샤워를 하고 나오면 상쾌하긴 하지만
겨울에는 물을 끼얹고 나서 맞는
화장실 문 틈새 바람이 너무 매섭다.
샤워 커튼을 치면 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막아주고
온수의 온기는 덜 빠져나가서
덜 떨면서 씻을 수 있다.
2. 욕실 바닥에 물이 덜 고인다.
이건 애초에 샤워 커튼을 설치한 목적 자체.
원래 물이 안 튀게 하려면
샤워 커튼을 욕조 안으로 넣고 써야 한다던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바닥에 물은 거의 안 튀어서
나는 그냥 빼놓고 쓰는 중이다.
바닥 타일 줄눈에 물때가 덜 끼어서 좋다.
3. 깔끔하다.
커튼 자체도 심플해서 좋지만,
욕조 위에 뭐가 많거나
집에서 욕조까지는 쓸 일 없는 사람이 방문했을 때
욕조에 다 집어넣고 커튼만 치면
나 같은 사람도
욕실을 미니멀하게 쓰는 척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굳이 펴 놓은 커튼을
열어젖히지 않을 만한 방문자여야 겠지만...
4. 두 명이 동시에 화장실을 쓸 수 있다.
집에 화장실이 하나면 꼭 생기는 일인데...
그것은 바로 빨리 화장실 써야 하는데,
먼저 들어간 사람이 나올 생각을 안 하는 상황.
너도 씻고, 나도 씻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커튼을 치면 깔끔하게 공간이 분리되니
두 명이 들어가서 씻어도 된다.
그리고 한 명이 샤워 중인 경우에도
샤워커튼을 치면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잠깐 손을 씻거나
볼 일을 볼 수 있어
하나뿐인 욕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이게 완전히 비닐은 아니라서
한두 방울 물 묻은 거야 상관없는데
샤워하고 목욕하다 보면 젖긴 해서
샤워 끝나면 잘 말려야 한다.
그래야 색도 안 변하고 물 냄새도 안 난다.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중성세제로 세탁이 가능해서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손 안 가는 게 좋으니까.
욕조에 있는 물기가 마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
유리닦이로 물기를 제거하고,
커튼을 펼쳐서 말리는 걸 추천한다.
환풍기가 있으면 켜는 것도 좋고,
없으면 마를 때까지만
화장실 문을 열어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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