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모님이 엄청 반대하셔서
컵라면을 먹은 적이 별로 없다.
라면 자체도 건강에 좋지 않지만
일회용 컵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 때문에
건강도 망치고
키도 안 클 거라는 게 이유였는데,
툭하면 라면 먹었던 친구들은
다 훤칠하게 자란 거 봐선
키는 상관없는 것 같다.
아무튼 어렸을 때 멀리해서 그런지
지금도 라면을 먹으면 양심이 찔려서
잘 안 먹고, 컵라면은 정말 안 먹어서
1년에 먹은 컵라면 개수를 세면
한 손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람이 늘 바른생활 어쩌구로
살 수는 없는 법이고,
한국에서 식문화에서 라면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라면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심야에 배가 고파질 때가 참 난처한데,
라면 한 봉은 칼로리나 염분이나 너무 과하고,
미니 컵라면은 야식 한 번 먹자고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부담스럽다.
그러다 오랜만에 무인양품에 갔는데,
계산대 근처에 있는 할인 코너에
미니 라면이 있는 걸 발견했다.
원래는 1900원이지만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아서
40%할인가인 1140원에 샀다.
원재료명을 쭉 봤는데
그냥 보통 라면이랑 비슷했다.
개별 포장된 라면이 4개 들어있는데,
하나에 30g에 135칼로리,
그리고 라면답게 나트륨이
많이 들어가긴 했다.
개별 포장된 라면.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투명한 비닐에 들어가 있고,
라면 자체에 시즈닝이라고 해야 하나?
수프 가루가 묻어있어서
따로 수프 봉지가 없다.
크기 비교할 만한 게 없어서
아이패드 충전기랑 비교해봤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얼추 쿠션 파운데이션 크기랑 비슷한 것 같다.
미니라면의 재미있는 점은
일회용 컵 없이 컵라면처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끓여도 상관없다.
적당한 그릇에 담고
끓는 물 150ml~180ml를 붓고
(나는 물을 너무 많이 부어버렸다...)
뚜껑이나 넓은 접시로 덮은 다음
3분 기다려준다.
나는 중간에 열어서
젓가락으로 면을 좀 풀어줬다.
먹으려고 보면 의외로 양이 많다.
진짜 미니 컵라면 크기 정도는 될지도 모르겠다.
한 끼로는 좀 부족할지 몰라도
간식이나 야식으로는 적당한 양이었다.
면이 스낵면처럼 가늘어서
충분히 익었고
물을 좀 많이 부어서 걱정만큼 짜진 않았다.
한국 라면은 아무리 순한 라면이라도
기본 베이스가 매운 맛인데
일본 라면이라 그런지
매운 맛은 나지 않는다.
매대에 매콤한 맛도 있었으니까
그건 매울지도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치킨 맛 과자에서
날 법한 맛이 났다.
근데 이건 아무리 봐도 끓이거나
컵라면처럼 물 부어서 먹어야지
뿌셔뿌셔 생각하고 먹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릇에 넣으면서 부서진 조각을
평소 라면 끓일 때 남은 부스러기 먹을 때처럼
입 안에 털어넣었다가 짜서 후회했다.
애초에 뿌셔뿌셔보다는
미니 컵라면 대용으로 산 거라 만족한다.
예전에 일본 인스턴트 라면 직구 페이지에서
이런 식으로 머그컵에 뜨거운 물 부어서
컵라면처럼 먹는 치킨 라면을 본 적이 있는데,
먹는 방법도 그렇고 치킨 라면이라니까
무인양품 미니라면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면이 제대로 익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그냥 집에서 쓰는
국그릇으로도 충분한 걸 확인했고,
컵라면의 컵이 꼭 종이로 만든
일회용일 필요는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내용물만 파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는 국 담는 보온도시락 통을
쓰면 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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